《유럽이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요? 》
아직도 30년 전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군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유럽 이야기죠.
유럽이 일을 안 하고 복지만 늘려서 가난해졌다고요?
지난 20~30년 동안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독일은 2000년대 초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시장과 실업급여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했습니다.
프랑스는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려다
수년째 대규모 시위에 시달렸습니다.
지금도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수백억 유로 규모의 예산 절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복지 확대만을 계속해 온 것이 아니라
복지제도의 축소와 개혁, 재정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유럽 사람들이 일을 안 하고
복지만 받아서 나라가 가난해졌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계시는군요.
25년간 경제학 책 한자도 안보고 외신 뉴스 같은 것도 전혀 안본 사람들이나 할만한 얘깁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주택 문제입니다.
유럽연합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5년까지 EU 주택가격은
약 60% 상승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임대료가 세 배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폭등한 것도
사람들이 일을 안 해서입니까?
복지를 많이 받아서입니까?
그리고 "임대주택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글러먹었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겁니까?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임대료가 폭등하고,
청년들이 독립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도 안 된다면
무슨 대안이 있습니까?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이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주택 공급 확대와 공공 및 부담 가능한 주택에 대한 투자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성장 둔화는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전부 복지 탓으로 돌린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 동안
주택이 거주 공간을 넘어 투자자산이 되고,
금융자본과 부동산 시장이 긴밀하게 결합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진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자산 소유자는 부유해지는데,
정작 일해서 월급을 받는 사람은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사회.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이야기하자마자
좌파니 복지니 하는 낡은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갑니다.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까지 글러먹었다고 단정합니다.
유럽의 문제는 복지냐 시장이냐 하는 낡은 이념 논쟁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주택이 사람의 삶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본의 수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유럽의 주거위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