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배재고 사건 관련
마리아 가르시아. 그녀의 13살 딸을 성폭행한 안토니오 소리아노가 7년만에 조기석방되어 거리에서 우연하게 마주쳤다. 그가 "딸은 잘 지내고 있냐"고 조롱하자 격분한 그녀는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가해자는 열흘동안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이게 조롱이다. "그냥 잘 지내고 있냐고 묻는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 라고 물어볼 수 있다. 정말 순수하게 안부를 물어봤을 수도 있지. 그리고 조롱이였다고 해도 스페인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나? 이미 형 살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나? 할 수 있겠으나 스페인 포함 전세계 그 누구도 그렇게 소리아노의 편을 들어주진 않았다.
그런데 만약 마리아 가르시아처럼 피해를 당한 이들이 수천 있고, 피해자들은 성폭행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참혹하게 살인을 당했다면? 그렇게 살해당한 이들이 거리에 널려있는데 시신 수습은 되지 않아 부패되어 악취가 풍기는 것을 두고 "홍어썩는 냄새"라며 "홍어"라는 단어를 두고두고 그 지역 출신 사람들을 비하하는데에 써먹는다면? 니네는 북한 간첩이었으니 당해도 싸다는 말이나, 시체팔이 좀 그만하라는 말을 왜 내가 못하게 하냐고 한다면.
소리아노가 다른 사람에게 "그 집 딸 잘 있냐"라고 묻는 것과,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묻는 것과 다르다. 조롱 맞다. 조롱으로 한 말이다. 배재팀이 일부러 광주출신 팀들에게 스타벅스, 탱크데이를 외친 이유와 같다. 조롱으로 한 짓이다. 그래서 광주일고가 휘발유 뿌리고 불을 질렀나? 비슷한 급의 혐오 발언을 했나? 아니다. 그저 멈추라고 했다. 항의했다. 그런데 자유국가에서 왜 표현의 자유를 막느냐고 난리고, 애들이 몰라서 하는 말인데 왜 그들의 미래를 막느냐고 한다.
어떻게 애들이 장난으로 한 말을 성폭행범이 조롱한 것과 비교하느냐고 따진다면? 당연히 마리아 가르시아가 겪은 일은 비극이 맞지만, 어떤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5.18 이 그보다 덜 할 수는 없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광주일고는 그 한가운데에서 5.18을 직접적으로 겪었던 학교다. 그런데 모르고 한 말이라고?
배재고가 휘문고를 상대로 같은 응원가를 불렀나?
배재고가 일방적으로 먼저 시작한 조롱이다. 애들이 모르고 한 거니까 따끔하게 혼내고 넘어가자는데, 6개월 출전 정지면 너무 따끔한가? 아이들 자존감이 낮아질 것 같은가? 별 거 아닌 것 가지고 애들 잡는다고 생각하는가?
마리아 가르시아는 이해가지만, 배재고는 좀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게 별 거 아니라고 믿게 된 사회가 문제라는 생각은 안 드나? 당신에게 5.18은 무엇인가?
배재고 야구부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가 합창으로 터져나왔다. 광주제일고와의 청룡기 경기, 6대 2로 배재고가 앞서던 8회초였다. 5.18을 농담거리 삼는 구호가 광주의 청소년들 면전에 쏟아졌다.
그때 광주일고 선수들은 “광주의 함성” 노래를 불렀다. 5.18 광주항쟁에 대한 너무나도 명백한 모욕과 조롱에, 광주의 학생들이 광주의 노래로 응수했다.
광주일고 야구부는 80년 5월 학살의 현장에 있던 팀이다. 진압군이 총칼을 들이댔던, 야구를 알던 장교가 선동열의 아버지 말을 들어준 덕에 부원들이 학살을 면했던, 그 학교 야구부다. 그래서 함성의 무게가 다르다. 기죽지 않고 맞서 싸워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배재고는 광주일고에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은 광주에 있는 동성고, 진흥고에도 같은 짓을 했다. 충암고 1학년들도 같은 짓을 했다는 증언이 올라오는 중이다. 광주 학교만 타겟으로 골랐다. 알고 한 거고, 과시하기 위해서 한 거다. 지역에 대한 명백한 혐오선동이고, 파시즘의 전조다.
그런데 이 배재고 학생들이 어디서 배웠겠나? 우리가 만든 사회에서 배웠다. 일베를 폐쇄하지도 못했고, 차별금지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고, 지역 비하 하나 제재하지 못했다. 역사왜곡 금지법이 있어도 5.18을 농담거리로 만드는 어른들과 정치인들을 막지 못했다. 스타벅스가 5월 18일에 '탱크데이' 이벤트를 열어도 정용진의 사과와, 역사교육 쇼 한 번으로 끝났다. 그 한 달 뒤 고등학생들이 야구장에서 '탱크데이'를 외쳤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영 일베’가 되어버린 청소년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건 철없는 실수가 아니다. 또래에게, 그리고 ‘올드 일베’에게 인증하는 계산된 과시 행동이다. 그리고 그 과시에 철저한 응징으로 응수해야 한다.
대책은 세 갈래여야 한다.
첫째, 가해 학생과 코칭스태프, 학교에 대한 엄정한 징계다. 야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주의"로 끝내선 안 된다. 동성고·진흥고·충암고 건까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 한 학교의 사과문 한 장으로 봉합될 일이 아니다.
둘째, 이 청소년들에게 혐오선동을 가르친 일베 생태계 자체에 대한 응징이다. 7월 7일 시행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5.18 왜곡 조항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 또한, 일베 폐쇄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셋째, 우리가 그동안 여러 이유로 미뤄온 법안들의 제정이다. 차별금지법, 혐오표현 처벌법, 역사왜곡 금지법의 실효성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그 법들이 왜 필요했는지를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증명했다.
광주의 아이들이 '광주의 함성'으로 답했다. 정치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