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2020. 윤석열 총장의 대검 감찰부에 근무할 때,
가까운 반포동 세빛둥둥섬에 있는 식당에서
더러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어느 분이
저를 너무 반갑게 맞으시고,
와이셔츠에 사인을 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사인을 해 달라고 하시나..에서부터
그러면 그 와이셔츠를 다시 못 입으실 텐데... 까지
별의별 생각이 들어 멈칫 했습니다.
2012. 9. 故 박형규 목사님의 과거사 재심사건을 마치고,
법정을 나가시는 박 목사님을 쫓아가
싸인을 부탁드린 건,
가해자였던 국가권력에 몸담은 공직자로 사과의 마음을,
역사의 역류를 온몸으로 견뎌주신 목사님의 거룩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꼭 전하고 싶어서였지요.
아마도 그분은
격랑의 대검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제가 많이 짠해서
잘 견뎌달라고,
함께 하는 마음들이 이렇게 뜨겁다고
그 마음을 전하려고
와이셔츠에 사인을 부탁하셨던 것 같아요.
멈칫 하다가,
걱정 마시라고,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노라고
각서를 쓰는 마음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댓글과 메신저로
축하 인사와 격려 말씀이 쏟아지는데요.
고생하는 거 알고 있다는 토닥임이고,
함께 한다는 다짐이며,
같이 가자는 각오의 마음들인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p.s.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 마지막 구절이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인데요.
제 손을 잡아준 모든 벗님들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행복하게 걷다가 벗님들의 발소리를 듣고 흐뭇해하는 제 사진 한 장 동봉합니다.^^